[e대한경제=권성중 기자] 큰 폭의 안전 비용 증가를 불러온 정책적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동결은 건설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건설업계의 안전 비용 부담 증가는 오히려 관리 부실로 이어져 자칫 안전관리의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고시인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이하 안전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의 핵심인 안전관리비 계상 요율 기준은 현 정부 출범하기도 이전인 지난 2017년 2월 상향된 이후 5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그 이전 개정은 2012년이다. 개정 때마다 800억원 이상 건설공사 중 일반건설공사(갑)를 기준으로 1.88%에서 1.97%, 2.15% 순으로 각각 소폭 상향됐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비용 지출은 크게 늘어왔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초강력 규제’가 시행됐고, 건설안전특별법의 올 상반기 중 제정도 유력한 상황이다.
실제 올해 중 착공 예정인 충청권의 A도로공사의 경우 순공사원가 390억원 중 안전관리비는 5억640만원이다. 공사원가의 1.44% 수준이다. 고용부 고시에 명시된 800억원 미만 건설공사 중 일반건설공사(갑) 기준인 1.97%보다도 낮다.
평균 80% 전후로 형성되는 낙찰률에 연동하는 안전관리비의 특성과 직접재료비ㆍ직접노무비를 기준으로 계상된 금액과 관급자재대를 포함해 계상된 금액 중 ‘더 적은’ 금액을 안전관리비로 결정하는 방식의 영향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정부에 안전관리비 계상 요율의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는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 안전관리비의 요율 상향 및 초과사용분 정산을 건의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하도급 건설사 CEO들과 개최한 ‘민자고속도로 건설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하도급사들은 안전관리비의 적정 계상과 요율 상향을 제언했다. 그러나 요원한 요율 상향은 고사하고, 매번 ‘안전점검 강화’ 등 조치만 돌아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로 안전ㆍ보건관리자들의 몸값이 크게 뛴데다 스마트 건설안전 장비 등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기존 안전관리비 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면서 “발주자가 제공해야 하는 안전관리비를 제한해 놓은 채 안전투자 확대만 떠미는 환경이 된다면 결국 원청이 이와 관련한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일부 공공 발주기관들은 한정된 안전관리비 계상 요율 기준 내에서 최대한의 금액을 보장해 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H와 한국동서발전 등 주요 건설공사 발주기관들은 현재 발주시 안전관리비를 낙찰률에 연동하지 않고, 설계금액 100%를 기준으로 안전관리비를 제공하고 있다.
권성중기자 kwo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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