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의 필요성·시급성·실효성 떨어져

중대재해처벌법 모니터링 후 검토해도 늦지 않아

 

건설안전특별법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시급하지 않으면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건안법과 중복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다.

건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하게 사망사고 예방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 및 손해액의 5배 이내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는데, 과연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건안법을 중복 제정할 이유가 있는지 물음표가 달린다.

특히,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처벌을 크게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오히려 증가하며 처벌 중심의 규제가 사망사고를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게 입증이 된 것도 건안법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실제 정부는 산안법상 처벌 규정을 1년 이하 징역에서 7년 이하 징역으로 무려 7배나 강화해 지난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지난 2018년 485명에서 2019년 428명으로 줄었다가 산안법 처벌을 강화한 작년 들어 458명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사망사고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안법은 산안법, 중대재해처벌법과 상당 부분 중복되고, 동일한 사고에 대해 가중·중복처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건안법은 기업 경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 수 있는 만큼 건안법 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망사고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고 해서 사고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의 성과를 모니터링한 후 건안법 제정 여부를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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