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시공사가 작성하는 ‘안전관리계획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공사 현장소장과 시공사, 협력업체가 해당 공사의 안전관리 계획을 논의하게 하는 제도 취지완 달리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 발주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요식행위’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의원이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년 7월1일∼2021년 8월31일) 국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1만666건이었다. 이 사고로 근로자 587명이 사망했고, 부상자 1만246명이 발생했다.

이 기간 건설현장 사고 가운데 6419건(70%)은 ‘안전관리계획서’ 수립 대상 현장에서 발생됐다.

조오섭 의원은 “국토교통부는 일부 건설사들이 사고발생시 즉각적인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고, 허술하고 형식적인 안전관리계획서로 건설근로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ㆍ제도적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안전관리계획서는 공사 착공 전 건설사업자 등이 시공과정의 위험요소를 예방하기 위해 발주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다. 시공사가 작성하는 이 계획서는 감리를 거쳐 발주기관으로 전해진다. 발주기관은 국토안전관리원에 의뢰해 해당 계획서를 검토받고 최종 승인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전관리계획서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이 이미 오래전 일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발주자부터 감리, 협력업체까지 모든 공사주체가 안전의식을 제고하기 위함이지만, 현재는 하나의 ‘서류 업무’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공사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현장이 아니라면 대다수 현장이 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에 의뢰해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롭게 시행된 안전정책으로 제출 서류가 추가됨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서와 다른 서류들이 중첩되는 일이 많아 이같은 요식행위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는 “기본안전보건대장과 설계안전보건대장, 공사안전보건대장과 기존의 안전관리계획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등의 내용 대다수가 중복된다”면서 “이같은 비효율에도 제도가 없어지지 않아 단순 작업만 반복하는 대행업체들이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안전관리계획서를 양산하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권성중기자 kwo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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