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흥망성쇠는 격동기에 나타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같이 전 세계 경제ㆍ문화ㆍ사회를 뒤흔든 사건은 새로운 패권을 낳는다. 이는 새로운 트렌드와 시장의 니즈를 잘 파고든 신생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인수합병(M&A) 전략을 잘 구사한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고자 인수합병을 통해 기존 영토 확장은 물론, 신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인 기업들이 눈에 띈다.

최근 건설업계의 비건설 분야 인수합병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건 SM그룹이다. SM그룹은 지난달 30일 쌍용자동차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업계에서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9곳 중 SM그룹과 카디널 원 모터스, 에디슨모터스 등 3곳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SM그룹이 인수의향을 밝힌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차 제공

 

건설사 삼라를 모태로 한 SM그룹은 대한해운과 삼선로직스(대한상선), 한진해운 미주노선(SM상선) 인수를 통해 해운으로 영역을 넓혀 재계 38위까지 성장했다. 특히 우오현 회장은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 화학업체 조양, 유리·건설자재업체 경남모직, 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등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다.

SM그룹은 쌍용차 인수 후 그룹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 남선알미늄 등과 시너지를 키워 전기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0년 쌍용차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관심을 보였던 SM그룹은 1조원 규모의 보유 자금을 활용해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호반건설을 주축으로 한 호반그룹 역시 비건설 분야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호반그룹은 국내 2위 전선업체인 대한전선 주식 40% 인수를 통해 이종 산업에 진출했다. 대한전선 인수를 통해 해외사업과 신재생에너지ㆍ광통신 등 대한전선의 주력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호반그룹의 인수합병 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호반그룹은 금속재료 가공 기계제작 업체인 두산공작기계 인수에 관심을 내비치며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밖에 호반그룹은 전자신문에 이어 서울신문 인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언론산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국건설산업 관계사 ㈜성정이 인수한 이스타항공. 연합

 

대국건설산업의 계열사인 부동산 개발업체 성정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대국건설산업은 궤도에 올라선 건설업을 기반으로 백제컨트리클럽 운영과 성정을 통한 부동산 개발업 등 사업다각화에 주력해왔다. 항공업 진출은 대국건설산업의 미래 신사업 진출의 신호탄이 됐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중흥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데 이어 KDBI는 중흥 컨소시엄과 지난달 30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매 대상주식은 2억1093만1209주이고, 지분율은 50.75%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해외사업 진출은 물론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푸르지오’ 브랜드를 활용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수도권 정비시장 진출은 물론 확고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23년 만에 사명까지 변경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혁신을 진행 중인 SK에코플랜트는 페기물처리업체 4곳(새한환경ㆍ대원그린ㆍ클렌코ㆍ디디에스)을 단숨에 인수하면서 폐기물처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건설업 위주에서 벗어나 아시아 대표 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행보가 엿보인다.

동부건설은 지난 4월 한진중공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동부건설은 한진중공업 인수 후에도 조선업을 계속 유지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지만,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플랜트 역량을 흡수, 건설업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건설업계가 공격적인 M&A 행보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은 최근 지속한 주택경기 호황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 컸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인수합병이 비건설 분야로 집중되는 배경은 건설업 침체에도 꾸준한 미래가치 창출이 가능한 포트폴리오 효과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신사업 부문 확장, 새로운 시장 진출의 주요 전략으로 M&A를 활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상준ㆍ임성엽기자 new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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