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질병에 열사병·산소결핍증 포함…역대급 폭염에 열사병 발생 가능성↑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놓고 쟁점 부상 우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올 여름 푹푹 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건설현장에 열사병과 산소결핍증 주의보가 내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직업성 질병에 열사병과 산소결핍증이 포함된 것인데, 건설현장에선 찜통더위 속 옥외 작업이 많은 데다, 일부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작업으로 인해 열사병과 산소결핍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꼼꼼한 현장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중대산재로 규정했다.

직업성 질병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는데, 지난 12일 입법예고된 시행령 제정안에는 △일시적으로 다량의 염화비닐·유기주석·메틸브로마이드·일산화탄소에 노출돼 발생한 중추신경계장해 △납 또는 그 화합물에 노출돼 발생한 납 창백, 복부 산통, 관절통 △일시적으로 다량의 수은 또는 그 화합물에 노출돼 발생한 한기, 고열, 치조농루, 설사, 단백뇨 등 24가지 질병을 담았다.

특히,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하는 업무로 발생한 열사병’과 ‘공기 중 산소농도가 부족한 장소에서 발생한 산소결핍증’ 등은 건설현장에서 발생가능한 직업성 질병으로 분류된다.

열사병은 과도한 고온 환경에서 열 발산이 잘 이뤄지지 않아 체온조절중추가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하며 그 기능을 상실한 질환으로, 체온이 40℃ 이상으로 상승하고, 두통·어지러움·구역질·시력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열로 인해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면서 탈진하는 일사병이 지속되면 열사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 5년 간 여름철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으로 2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최근에는 경기 양주시 건설현장에서 열사병으로 의심되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열돔현상으로 인한 역대급 더위에 이어 올해도 열돔현상이 반복되며 최악의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용부는 최근 ‘일터 열사병 주의보’를 발령하고, 각 사업장에 물, 그늘, 휴식 등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을 당부했다.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현장에서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건설현장에서는 지하 등 밀폐 공간에서 이뤄지는 작업도 적지 않은데, 부족한 산소 농도가 중대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

밀폐 공간에서 작업을 하다가 산소 농도가 낮아지며 산소결핍증이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과 함께 열사병과 산소결핍증 등 직업성 질병 발생도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학물질 취급 작업이 많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등에 비해 건설현장의 직업성 질병 발생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다만, 폭염 기간 열사병과 밀폐된 공간의 산소결핍증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인 만큼 세심한 현장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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