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유통가격이 지난 5월말 이후 한 달 만에 t당 12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업계는 내달초 110만원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본다. 계절적 요인에 레미콘ㆍ펌프카 파업, 중국산 철근 수입재개가 맞물리면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철근 시중 유통가격(SD400ㆍ10㎜ 고장력ㆍ즉시 현금결제 기준)은 t당 119만원을 형성했다.

철근 유통가격이 12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 마지막주 135만원으로 급등한 이후 한 달 만이다. 일부에서는 117만원에 거래 계약이 성사된 사례도 있어, 이번 주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SD400의 대체품인 SD500은 이미 115만원선이 붕괴됐고, 중국산 유입으로 SD400ㆍ500의 수급상황이 개선되며, SD600을 찾는 건설사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수입산을 115만원에 구매하고, 국내산도 112만∼113만원으로 선계약을 맺은 건설사들이 있는 만큼, 열흘 안에 110만원 안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철근 가격의 하락세는 정부 대책의 약발이 먹힌 덕분이기도 하지만, 건설사들이 철근 구매에 소극적으로 나선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요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가격 폭등에 대비해 필요한 물량보다 10%가량 추가 주문해왔던 가수요 구매 패턴도 확연히 사라졌다.

중견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는 “장마가 빨리 오고 있고 7월 들어 레미콘 운송노조와 펌프카 연대 파업이 예상되기 때문에 철근을 미리 구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5월 중 계약했던 중국산 철근이 이제야 국내 시장에 풀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 역시 “지난주 들어 건설사들이 10∼13㎜ 등 현장에서 두루 쓰이는 핵심 철근만 필요한 만큼 구매할 뿐, 여타 자재 매입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면서 구매를 미루는 경향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월 중 계약됐던 중국산 철근 10만t이 이달 중순부터 속속 인천항으로 들어오며 수입 철근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수입 철근 재고는 12주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현재 4만2000t을 기록 중이다. 전주(2만9000t)보다 1만t 이상 늘어났다.

다만, 하락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마와 혹서기가 진정되는 8월 중순 이후부터는 건설현장이 다시 바쁘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제강업계도 최근 유통가 하락에 크게 개의치 않고 7∼8월 철근 증산을 추진 중에 있다.

여기에 중국산 수입이 지속될지도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가 10% 상당의 수출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산 철근의 국내 유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철근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락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변수로 인해 5월말과 같은 가격 폭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의 키는 중국산이 쥐고 있다. 시장에 중국산 철근을 월 10만t 정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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