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든 가격 급등으로 사급자재 구매 허용
물가변동 대상 해당… 공사비 갈등 증가할 듯
조달청 담당인력 늘리고 수요기관 역량 키워야

 

 

조달청이 물가변동 검토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앞으로 물가상승에 따른 공공시설공사 계약금액 조정에 공신력 있는 해석을 받기 어려워져 수요기관과 시공사 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조달청의 이번 서비스 중단이 업무량 폭증에 따른 것인 만큼 담당인력을 늘리고, 수요기관은 자체 조정 역량을 키워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근 사급자재 조달 땐 문제
24일 조달청에 따르면, 이번 ‘물가변동(확대) 검토 서비스’ 중단은 최근 불거진 관수철근 등 원자재 급등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물가변동 조정 항목에 관급자재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물가변동 검토 서비스 중단은 최근 철근 대란 사태와는 무관하다.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노임, 생산자물가지수, 표준시장단가 등 물가변동 주요요인 상승에 따른 조정 요청이 급증한 결과”라며 “통상 시설공사는 총 공사비의 범위에 철근 등 관급자재는 분리발주 하기 때문에 물가변동 조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달청의 물가변동 검토 서비스 중단과 관련해 수요기관과 계약상대방인 시공사와의 갈등은 폭풍전야 상황이다. 철근 공급 대란으로 인해 철근이 관급이 아닌, 사급으로 발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급이란 조달청이 분리발주해 구매하지 않고, 시공사가 직접 시장에서 자재를 구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실제 조달청에서도 최근 수요기관에 ‘관수철근 원활한 수급 협조 요청’ 공문을 통해 철근 구매방법 변경을 통해 시장 직접구매도 가능하다고 안내한 바 있다.

현재 원자재 상황을 고려하면, 철근 등 공사 자재를 시장에서 직접 구매할 때 물가변동 조정과 관련한 분쟁이 솟구칠 수 있다. 사급자재는 물가변동 조정 대상 항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철근이 사급자재로 반영될 경우 가격 변동성이 워낙 커 큰 문제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총 공사비 300억원 공사에 철근 자재비용이 10%인 30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관급으로 발주 시 도급액 270억원, 관급자재액 30억원으로 분류된다. 사급이란 관급자재를 분리발주하지 않고 총 공사비 300억원에 합산하는 경우다. 현재 철근 대란으로 사급 발주 시 철근 자재액 30억원의 가격 변동성이 현저히 높아 물가변동과 관련, 꼬리가 몸통을 흔들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평가다.

수요기관 자체 역량 키워야

수요기관의 역량도 문제다. 애초 조달청이 이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도 수요기관이 시설공사 관리상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물가변동 분야를 가장 어렵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달청은 공공기관별로 물가상승분을 산출하는 경우 공사 진척도에 따른 적용대상 산정, 비목별 물가상승률 적용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담당공무원이나 해당 업체의 많은 질의를 받고 회신을 해왔다.

물가변동 조정과 관련한 혼란을 방지하려면 각 수요기관 자체적으로 물가변동 조정과 관련한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변동 조정은 계약상대자인 시공사에서 물가변동 충족 조건이 발생할 경우, 원가관리협회 혹은 지방계약원가협회 등 원가계산 용역기관에 물가변동 보고서 작성을 요청한다. 이후 용역기관의 조사가 완료되면 감리단에서 검토를 거쳐 발주처에 접수하는 구조다.

원가계산에서 작성한 물가변동 보고서는 표준시장단가 상승률, 노임 상승률 자료 등 구체적으로 근거자료들이 명확히 제시돼 있기 때문에 물가변동 보고서 판단 역량만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면 혼란이 발생할 여지는 적다는 게 조달청의 설명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물가변동 검토는 검토 서비스 도입 전 수요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해 왔던 고유의 업무”라며 “공사 현장을 담당하는 공무 기술직 공무원이라면 충분히 용역 기관의 보고서를 해석해서 물가변동의 조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정된 조달청의 근무 인원을 확충하는 것도 장기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서비스 도입 이후 물가조정 검토 요청 관련 업무량은 연평균 2.5배씩 폭증한 데 반해 주무 기관인 시설사업국 예산사업관리과 인원은 전혀 확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100억원 미만 소액공사는 총사업비 관리 대상인 건축 200억원, 토목 500억원 이상 대형사업과 달리 수요기관이나 시공사 모두 공사관리 경험이나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관련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인원을 확보해 폭증하는 물가변동 검토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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