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자간 갈등 심화-외자유치 모색도
대규모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지급보증을 놓고 민간사업자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PF사업에서는 지급보증이 필요없는 외자유치를 통한 해법찾기에 나서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자금줄이 끊겨 대형 PF사업들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참여업체들끼리 크고 작은 의견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사실상 PF사업에서 건설투자자와 재무적투자자간의 갈등은 일종의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서로 기대하는 조달금리와 수익률에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재무적투자자가 아닌, 건설투자자 끼리 혹은 건설투자자와 전략적투자자(SI) 등 기타투자자 끼리 갈등이 빚어지면서, 내홍으로 번져가고 있다.
또 일부 사업의출자자들은 아예사업을 포기하고 특수목적회사(SPC)에서 빠질 의사까지 내비치고 있어, 대형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약 28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초대형개발사업, 용산국제업무지구 PF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투자자인 삼성건설과 전략적투자자인 롯데관광개발이 자금조달을 위한 지급보증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긋고 있다.
삼성건설은 출자사가 출자비율대로 보증을 서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보증여력이 있는 대형건설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양측 모두 자금조달에 대한 시급성을 잘 알고 있어 협의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갈수록 감정싸움으로 번져 토지보상 및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133층 규모의 초고층빌딩을 세우는 상암DMC랜드마크 건립사업도 지급보증 배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 사업의 경우에는 건설투자자끼리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주간사 대우건설은 건설투자자만 지급보증을 서야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지만 심각한 사업지연에 따라 대림산업에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사업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차제에 모든 출자자가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해당 컨소시엄 관계자는 “금융권이 자금줄을 끊고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나머지 출자자들만 곤경에 처하고 있다”면서 “비단 이 사업 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PF사업은 사실상 모두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렇다보니 일부 PF사업자들은 외자유치를 통한 해법찾기에 나서고 있다.
판교에 대규모 복합상업시설을 세우는 판교알파돔시키 건립사업의 경우, 국내가 아닌 외국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업성을 전제로 하기 보다는 건립예정인 건축물을 선매각하는 방식으로 건설사 등 출자자의 지급보증이 없는 외자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실제 싱가폴 등 금리가 낮은 국가의 펀드나,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국제도시에 151인천타워를 건립하는 송도랜드마크시티 건립사업도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자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루트로 외국자본과 접촉, 빠르면 올 상반기 중 자금조달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