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체계 개편, 남북 경협, 4차 산업혁명 3大 파고



격변(激變).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재운이 길하다는 황금돼지의 해가 힘차게 떠올랐지만, 건설기업들이 거센 변화의 파도를 헤치고 황금돼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기해년은 건설산업의 새 판을 짜는 해다. 난산 끝에 탄생한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의 뼈대에 단단한 근육을 붙이는 시기다. 종합ㆍ전문 건설회사 간 업역 칸막이를 무너뜨리고 상호시장 진출을 촉진하려면 합리적인 잣대가 필요하다. ‘2021년 공공공사, 2022년 민간공사’라는 시간표와 ‘10억원 미만 공사 종합 간 하도급 금지, 2024년부터 전문업체 컨소시엄의 종합공사 원도급 허용’이라는 큰 틀만 정해진 상태다. 상호시장 진출을 위해선 등록기준 구비와 함께 종합업체는 전문으로 기존 실적을 쪼개고, 전문업체는 종합으로 실적을 합치는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주택시장 침체와 해외시장 부진 속에 유일한 버팀목인 공공시장에 불어닥칠 생산체계 개편이 건설업계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 과정에서 경영전략을 어떻게 짜야할지도 살펴야 한다. ‘만능면허’로 불리는 시설물유지관리업과 토목건축공사업, 업무가 비슷한 강구조물 공사업과 철강재 설치공사업 등의 개편방향도 정해진다.

기해년은 남북경협의 새 장이 열리는 해다. 지난해 12월26일 개성 판문역에선 ‘동, 서해선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대북 제재로 ‘공사 없는 착공식’이지만 지난 10년간 중단된 남북간 ‘혈맥 잇기’ 사업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 기술자들이 북한의 경의선과 동해선을 직접 조사해 향후 대북 인프라 투자계획을 짜는 데 귀한 자산이 생겼다. 박상돈 남북 철도 공동조사 단장은 “한반도와 내륙을 잇는 남북철도의 꿈을 함께 나눴다”고 말했다.

2차 북ㆍ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남북경협의 물꼬가 ‘벼락처럼’ 생길 수도 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할 일은 경협의 문이 열릴 때 곧장 달려갈 수 있게 차분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상회담과 각종 연구용역, 공동조사를 통해 축적된 대북 인프라 사업을 대상으로 타당성을 분석하고, 대북 인프라 투자기금을 마련하는 준비작업이 필요한 때다.

기해년은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건설산업을 덮치는 해다. 전통적인 토목ㆍ건축 기술에 정보통신(ICT), 드론,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건설기술은 우리 건설산업의 강점인 시공능력마저 위협하고 있다. 조상우 DPR코리아 아시아 대표는 “세계 톱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의 상위 건설사들조차 스마트건설 분야에서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혁신적인 건설회사인 DPR은 구글의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AI시스템으로 수조원짜리 프로젝트에서 단 0.2초 만에 최적화된 공사방법과 공사비, 공사기간을 산출한다. 일본의 간판 토목건설회사인 카지마 건설은 타워크레인은 물론이고 도로를 다지는 불도저, 터널 발파용 굴착기계까지 무인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건설기업도 혁신 압박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부터 500억원 이상 도로사업에 3차원 설계도면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의무화하는 등 2030년까지 건설자동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건설산업을 이끌어왔던 도전과 응전의 DNA를 다시 깨워야 한다고 말한다. <축적의 길>의 저자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과거 한국산업의 성공은 기적이 아니라 탁월한 실행역량 덕분”이라며 “재도약을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개념설계에 도전하고, 꾸준하게 시행착오를 축적해나가는 리더십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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