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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SOC 예산 대폭 '칼질'

건설업계 벼랑 끝 몰렸는데

발주기관은 정부지침따라

입찰때 고용가점 속속 도입

"물량 없는데 인센티브 모순"

 

  정부가 건설업계의 일감을 대폭 줄이면서, 정작 건설사에는 입찰제도를 통해 신규 인력 고용을 유도하는 모순된 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건설사들은 내년 SOC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면서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을 검토하거나 줄도산을 걱정하고 있는 판에 공공공사 발주기관들은 건설사들이 신규 인력을 고용할 경우 입찰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31일 기획재정부와 공공공사 발주기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20% 삭감한 17조7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SOC 예산 22조1000억원보다 4조4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건설산업은 정부 SOC 예산에 따라 한 해 경기흐름이 좌우되는 만큼 내년 급격한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내년 도로, 철도, 항만 등 신규 시설공사의 발주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발주기관들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라, 건설사가 일자리를 만들면 입찰 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에 나서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만 29세 이하 신규 인력을 고용한 건설사에 철도공사 입찰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이 적용된 철도공사에는 만 29세 이하 청년기술자 배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달청 역시 건설사 정규직ㆍ비정규직 비중에 따라 입찰 때 가ㆍ감점을 주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공사 발주기관들이 이 같은 정책을 잇따라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청년 일자리 지원 강화, 건설산업 양질 일자리 전환)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다른 발주기관으로 적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OC 예산을 역대 최대폭으로 깎아 건설사들이 존폐 위기에 서 있다. 기존 일자리마저 없어지게 만들어 놓고 한편으로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입찰 때 가산점을 준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건설사들에 일자리를 만들라면서 한편으로 일감을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내년 도로ㆍ철도공사 등 신규 시설공사 발주가 사라져 입찰을 하지도 못할 판인데 인센티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준기자 new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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