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하 효과 등 내세웠지만..."정책기조 끼워맞춘 억지 논리"

정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재정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재정 전환이 불가피한 여러가지 이유를 나열했다.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 등 교통 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라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조기 완공이라는 대선 공약, 서울~세종의 특수성, 첨단고속도로 구축, 낮은 재무적 타당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대선 공약 이행을 제외하면 다른 이유들은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재정으로 전환하면 1조8000억원에 가까운 통행료 경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기준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때 통행료는 도로공사의 1.2배 수준인 9250원인 반면 재정으로 전환하면 통행료가 7710원 수준으로 낮아져 연평균 592억원, 민자사업 운영기간 30년을 감안할 경우 1조7660억원 규모의 통행료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사업조건을 일부 변경하면 통행료를 도로공사보다 낮출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가 기존 민자사업에 적용하고 있는 운영기간 50년 연장을 통한 재구조화 방식을 서울~세종에도 적용하면 충분히 통행료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운영기간을 50년으로 연장할 경우 통행료, 교통수요 등이 달라져 새로운 민간제안이 된다며 신규 제안을 검토하게 되면 민자적격성 재조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조기 완공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민자사업의 운영기간을 늘려 통행료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선 공약인 조기 완공을 이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정 전환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경제 중심의 서울과 행정 중심의 세종을 직결하는 국가적 상징 노선이어서 재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전 구간을 민자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2015년 11월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다.
그때 당시에는 이미 세종에 주요 부처가 이전을 완료한 시점으로 노선의 상징성이 크다는 점을 재정 전환의 이유로 내세우기에는 설득력이 크게 부족하다.
첨단고속도로 구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서울~세종에 첨단 고속도로 기법이 적용되는 스마트하이웨이를 일괄적으로 구축하려면 민자 방식을 재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자로 추진할 경우 첨단 고속도로 구축을 놓고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활용하고 협상 과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첨단고속도로 구축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검토 결과, 민자사업 추진의 적격성은 확보했지만 재무적 타당성이 낮아 통행료 인상이나 추가 재정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재정 전환 결정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낮은 재무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게 애초 KDI의 판단이다.
입맛에 따라 KDI의 검토 결과를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재정 전환에 따라 정부의 추가 재정부담이 없도록 도로공사의 공사비 조달 방식을 변경한 것도 정부가 재정 전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도로공사에 대한 고속도로 건설비용의 재정 지원비율은 수익성과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40%다.
나머지 60%는 도로공사가 자체 자금으로 투입하는데, 정부는 서울~세종의 경우 10%만 재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전체 공사비의 90%를 도로공사가 조달하도록 구조를 변경한 것이다.
이로 인해 도로공사는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재정 전환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도로공사의 부채비율이 상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통행료 수입이 증가하면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도로공사가 공사비의 대부분을 떠안으면서 도로공사의 재무건전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국가채무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재정으로 전환하면서 제시한 사유를 보면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른 것 말고는 억지로 끼워맞춘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재정 전환을 미리 정해놓고 이유를 만들다보니 벌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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