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책임'만 강요하는 정부… 일자리 확대 되레 위축

문재인 정부가 공공공사 입찰제도에 ‘사회적책임’을 덧입히기로 한 가운데 정부의 ‘자기책임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 건설사가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공사비를 제대로 주지도 않으면서 공사수행능력보다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두는 비정상적인 입찰구조로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새 정부는 모든 공공공사 입찰제도에서 사회적책임을 의무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와 적격심사에 대해서도 사회적책임 항목을 신설하고 현재 사회적책임을 평가하고 있는 종합심사낙찰제는 고용 항목 평가의 비중을 2배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정규직을 고용하고 모성보호제도를 도입하는 등 고용처우를 개선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가점을 주는 방안도 예고한 상태다.
 정부가 사회적책임 위주로 공공공사 입찰제도의 틀을 바꾸겠다고 나서면서 정작 정부가 자신의 책임과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 건설사가 임금적기 지급, 정규직 채용 확대, 여성고용비율 증가, 취약계층 일자리 확대 등의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적정공사비 확보가 선결과제다.


 그러나 정부는 적정공사비 확보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은 가운데 입찰제도만 사회적책임을 중시하는 쪽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기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정부가 민간 건설사에 사회적책임을 강조할 만한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공공공사 입찰제도의 사회적책임 평가 신설·확대는 입찰제도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공공사 입찰제도 혁신의 초점은 우수한 공사수행능력을 갖춘 건설사에 적정공사비를 주고 최상의 시공품질을 확보하는 데 맞춰야 한다는 건 진리에 가깝다.
 하지만 사회적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공사수행능력이 뛰어난 일부 건설사들이 시공품질과 큰 관계가 없는 사회적책임 점수가 다소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칫 수주 가능권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사회적책임만을 쫓다가 입찰제도가 비정상적으로 변질돼 결국 시공품질을 놓치고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책임 평가 의무화가 낙찰을 좌우할 정도로 큰 파급력을 가진다면 상당한 수준의 규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자기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사회적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행정편의주의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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