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의 낙찰률 하락이 건설업계의 당면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그 중에서도 고난도공사의 낙찰률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난도공사는 말그대로 난이도가 높은 공사인 만큼 적정 수준의 낙찰률을 보장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1일 조달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찰한 해수부 포항지방해양항만청 수요의 고난도공사인 ‘포항신항 제4부두 개축공사(316억원ㆍ이하 추정가격)’의 예정가격 대비 낙찰률은 72.662%로 나타났다.
앞선 지난 1월 해수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수요의 ‘부산항 신항 신규 준설토 투기장(2구역) 호안축조공사(882억원)’의 낙찰률은 72.129%이었다. 지난 4월에 개찰한 한국농어촌공사 수요의 ‘새만금지구 농생명용지 7-1공구 조성공사(770억원)’의 낙찰률은 74.498%로 조사됐다.
이 역시 고난도공사들로, 종심제 일반공사의 낙찰률이 78% 정도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과거 최저가낙찰제 평균(약 75%)보다도 낮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고난도공사는 제도의 취지상 실적ㆍ시공평가 등 공사수행능력으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현재 고난도공사 입찰은 단순히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저가로 투찰하는 업체도 그렇지만 저가투찰을 유도하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문제점은 고난도공사에 일종의 저가투찰 방지책인 ‘단가하한’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달청 종심제 심사세부기준에 따르면 입찰금액의 세부공종별 단가심사 중 표준시장단가 항목에서 조사단가의 99.7% 이상 투찰해야 하는 것은 둘 모두 같다. 그러나 표준시장단가를 제외한 나머지 단가 항목의 경우 일반공사가 기준단가의 ±18% 이내에 투찰해야 만점을 받는 반면 고난도공사는 이 게 없다.
때문에 고난도공사는 나머지 단가 항목에서 조사단가의 50%까지 낮출 수 있다. 수주가 절실한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떨어뜨릴 유인이 있는 것이다.
이론상 고난도공사의 낙찰률은 종심제 투찰하한선인 70%까지도 가능하다. 실제 지난 4월 4일 개찰한 농어촌공사 수요의 새만금지구 만경6공구 조성공사(731억원)의 경우 낙찰률은 70.015%로 하한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난도공사에는 일반공사보다 높은 원가 투입이 발생한다. 고난도공사에도 단가하한을 넣든지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심사 문턱을 높이는 등 가격경쟁을 피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업계 간담회에서 정양호 조달청장이 ‘종심제 낙찰률을 손봐야 한다’고 말씀을 했는데, 고난도공사의 낙찰률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제도 설계 당시 고난도공사에 단가하한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인위적으로 단가를 조정하기보다는 기술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곧바로 제도를 흔들 순 없다. 청장님의 낙찰률 개선은 일반공사를 염두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정회훈기자 hoony@<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