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설 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과제는 계약기간 연장 시 추가비용 지급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방안 개선’을 대선 공약집에 담았다.
계약범위를 넘어 일을 더 했으면 그만큼 비용을 보상해 주는 것이 상식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공 발주자의 귀책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되더라도 발주기관들은 규정을 핑계로 추가 공사비용을 조정해주지 않는다. 발주기관은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계약금액 조정 의무가 있지만 기재부의 총사업비관리지침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해 발주처와 소송 중인 사건이 33건, 청구금액은 총 2400억원에 달한다.
정부와 발주처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대폭 바꿨다. 하지만 개정 지침도 문제투성이다.
바뀐 총사업비 관리지침은 우선 대상사업의 범위를 ‘올해 1월1일 입찰공고분’으로 제한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소송 중인 사업이 모조리 제외된다. 오히려 발주기관들이 개정 지침을 내세워 계약금액 조정을 거부할 명분을 만들어줬다.
개정 지침은 또 총사업비 조정대상에서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뺐다. 이는 상위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66조는 공사계약금액을 조정할 때 일반관리비 및 이윤을 포함토록 하고 있다. 특히 공사비를 늘려줘야 할 때는 일반관리비ㆍ이윤을 빼고, 삭감 시에는 포함시켜 철저히 발주자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반관리비와 이윤은 전체 공사원가의 약 9%를 차지한다.
조기준공된 경우 직ㆍ간접적 공사비의 감액정산을 의무화한 새 규정도 논란꺼리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공사기간을 단축하면 인센티브를 줘서 적극 장려하는 것과 반대되는 조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약상대자가 자발적으로 공사량 증감없이 공사이행기간을 단축하면 그 단축된 공사에 해당하는 간접노무비 등은 감액하지 않는다는 기존 기재부의 유권해석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신청 회수(1회만 가능)와 신청 시기(준공일 전년도 5월31일)를 제한한 것도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이다. 개정 지침대로라면 공기연장 사유가 ‘준공일 전년도 5월30일’ 이후에 발생하면 조정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준공이 12월인 경우 무려 1년6개월간 발생하는 공기연장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는 해외에서 표준계약서로 통용되는 국제컨설팅엔지니어링연맹(FIDIC)과 미 육군 공병대, 미 주교통국 등의 글로벌 계약방식과도 배치된다. FIDIC 표준계약서는 발주자 귀책사유로 공정 차질이나 공사 정지가 지속될 경우 준공기한 연장과 투입비용뿐 아니라 합리적인 수준의 이윤보상에 대한 시공자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헛점 투성이인 총사업비 관리지침의 치명적인 문제는 또 있다. 이 마저도 충실히 지켜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발주기관의 자율조정이 불가능하고 기재부와 ‘사전협의’ 절차를 거쳐 조정하기 때문에 발주기관들이 여전히 조정을 기피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추가비용 지급을 위한 예산확보가 불확실하고 발주기관이 추가예산 투입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가계약법상 ‘자율조정’ 항목에 ‘공기 연장’을 추가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자율조정은 당초 사업구상설계 단계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항목에 대해 기재부장관과 사전협의절차를 생략, 발주자 책임 하에 총사입비를 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발주자에 권한을 더 주고 책임도 더 강하게 묻자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약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을 법률상 명문화하고 발주자 중심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형기자 kth@<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