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계약 규칙 개정…동종ㆍ유사용역의 분할계약 금지조항 신설도
적격심사 기준이 특정업체나 기존업체에 유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계약 관련 규칙 개정이 추진된다. 지방계약법에는 같거나 비슷한 용역에 대해 분할 계약을 금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들이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과 지역업체 유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기업 불공정 계약에 대한 개선 대책을 마련해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에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정부 산하의 한 공기업은 공개입찰에서 특정 시ㆍ군ㆍ구에 위치한 업체에 가점 3점을 주는 사규를 마련해 적용해 왔다. 관련 공사를 신속하게 착수하게 한다는 의도였지만 국가계약법에는 지역 가점을 주는 범위는 기초지자체가 아닌 광역지자체로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역가점으로 공사를 수주한 기업 가운데는 사무실만 서울에 있고, 장비는 경기도에 있어 공사를 신속하게 한다는 취지를 무색해한 곳도 있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입찰 제한을 둔 것은 아니지만 0.5점으로 낙찰이 결정되는 일이 많은 만큼 사실상 입찰 자격을 제한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역가점제뿐 아니라 기술가점 조항도 만들어 기술가점을 받지 못하면 공사실적과 입찰가격 등 다른 부분에서 만점을 받아도 적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한 공기업도 있다고 권익위는 덧붙였다.
또 특정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용역규모, 적격심사기준(기술자 점수) 등을 만들어 연간 271억원 규모의 용역을 한 회사가 30년간 독점 수주하게 하고, 공개경쟁이 가능한 용역을 퇴직자 모임과 독점적으로 수의 계약을 맺어 온 곳도 있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특정업체만 수주를 할 수 있게 한 사규 등을 정비하고, 관련 업무를 하던 공기업 출신 임원 1명 이상이나 직원 10% 이상이 근무하는 법인이나 단체와 거래할 때 반드시 일반 경쟁을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권익위는 지방계약법에 동종ㆍ유사용역에 대한 분할 발주를 금지하는 조항을 새로 만들어 관련기관에 권고했다. 공사나 용역 입찰 시 수의계약이 가능한 금액으로 쪼개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 지자체는 이런 방식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8개 공사와 용역(5억3000만원)을 특정업체에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관련 제도가 개선되면 정부나 지자체 산하 공기업이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업무가 투명해지고, 예산 낭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