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지역의 전문업체인 A사는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해외사업 도중 발생한 문제가 결정적이었지만, 국내 건설현장의 박한 공사비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A사 관계자는 “선별 수주를 통해 적정한 현장만 참여한다고 노력했지만 여러 현장에서 누적된 공사비 삭감 폭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2009년 5월부터 지방 국도를 건설 중인 종합건설사 B사는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같은 공종의 하도급사를 4번이나 바꿨다. 그때마다 근로자 임금 및 장비비, 자재비 등을 대납하는 것은 물론 후속 하도급사 선정과정에서 상승한 하도급율 등으로 인해 현장 실행은 이미 넘어섰다. B사 관계자는 “채권회수 및 실행은 둘째 치고 연말까지 예정된 공기 내에 공사를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야박한 최저가 공사비에 건설사들이 나가 떨어지고 있다. 실적공사비 적용과 낙찰률 하락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수주한 공사의 공사비가 결국 부메랑이 돼 원도급사나 하도급사 할 것 없이 건설사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14일 토목 현장을 주로 운영하는 한 발주기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181곳의 현장에서 110개의 하도급사들이 부도 또는 경영부실로 공사현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최저가 현장들로, 건설산업의 먹이사슬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전문건설업체가 견디다 못해 먼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하도급사 부실은 예산 10% 절감운동을 적극 벌였던 이명박 정부의 집권기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2008년 15개사, 2009년 13개사 수준이었던 부실 하도급 업체수는 2010년 19개사로 늘어나더니 4대강 사업 이후 공공물량이 줄어든 2011년에는 35개사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28개사에 달했다.
부실 하도급사들은 여러 현장에 시공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현장 수로는 181곳에 이른다. 해당 발주기관의 전체 현장이 평균 800~1000곳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100개 중 4~5곳에는 하도급 부실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매년 2000개가 넘는 업체가 부도ㆍ폐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견 원도급사의 하도급비 후려치기로 인식될 수 있지만, 그보다 예산절감에 따른 공사비 삭감이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건설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실적공사비다 뭐다해서 원도급사의 최저가 낙찰률이 설계가 대비 60%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원도급사가 법으로 보장된 하도급율(82%)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최초 낙찰가가 낮다보니 실제로 하도급사가 쥐는 공사비는 현실에 턱없이 모자른다”고 말했다.
하도급사 부실은 결과적으로 원도급사 부실로 이어진다. 지난 3월 현재 100대 건설사 가운데 21개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중이라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시공 도중 하도급사가 자빠지면 다른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사실행율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결국 적자현장이 많아지면 회사경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한 최저가 공사비는 발주기관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낙찰률이 낮은 게 발주기관 입장에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사후관리 비용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적정공사비를 쥐어주고 시설물을 견실하게 완공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