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 68개사 설문, 최대 문제로 꼽혀 /평가반영 비율 및 항목별 재조정 필요
국내에서 1조원 이상 건설공사를 나홀로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는 몇 개나 될까?
대한건설협회가 매년 7월말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액의 법적인 정의(건설업체가 수행할 수 있는 1건 공사의 예정금액)를 그대로 신뢰하면 32곳이다. 이와 달리 2011년 공사실적 1조원 이상 건설사는 29곳에 머문다. 그마저 1년간 시공한 전체공사를 합친 금액이다.
18일 국토연구원의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연구원이 설문조사한 68개 건설사들이 지목한 시평제도의 최대 문제점으로 시공능력평가액의 과대평가(5점 만점에 3.60점)가 꼽혔다.
실제 건협이 집계한 건설업계의 연간 공사실적인 기성액은 2010년 136조원, 2011년 134조원, 2012년 132조원이지만 이를 수행한 종합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액 총액은 2010년 357조원, 2011년 371조원, 2012년 396조원으로 각각 2.6배, 2.8배, 3.0배에 달한다.
일례로 시평액을 그대로 믿을 경우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인 4대강살리기 사업은 시평액 1~2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만 참가하면 쉽게 끝낼 수 있다. 현대건설(11조7107억원)과 삼성물산(10조1001억원)의 2012년 시공능력평가액을 합치면 4대강 사업비(22조원)와 거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시평액을 도출한 기준 중 하나인 양 사의 2011년 한해 전체 시공실적은 각각 6조2308억원과 5조2412억원이다.
국토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현 평가항목의 반영비율 총계인 180(실적 75, 경영 75, 기술 30)을 100~130 정도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시평제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이질적 항목의 금액 환산(3.56), 평가항목 자의성(3.53), 평가비중 변동 및 비객관성(3.52), 다른 입찰제와의 중복(3.49) 순으로 조사됐다.
실적, 경영능력, 기술능력, 신인도 등의 4대 요소를 일괄적으로 금액으로 환산한 데 따른 불합리성, 건설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했던 평가항목 및 비중의 변동성, 그리고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적격심사제와 상당부분 중복되는 반면 호환은 불가능한 구조도 문제란 인식이 많았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시평 평가요소별로는 최근 3년간 공사실적을 토대로 한 실적평가(3.94), 경영평가(실질자본금 3.74, 경영평점 3.73)에 대해서는 적절하다는 평가가 우세한 반면 퇴직공제 불입금(3.27)과 최근 3년간 기술개발투자액(3.23)으로 짜여진 기술평가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컸다.
신인도 점수 부분에서는 국내인력 해외고용(3.14), 신기술 지정(3.25), 우수건설업자 지정(3.32), ISO인증·평균 이상 재해율(각 3.34)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현 시평제의 극단적 수술이나 폐지는 기피했다. 68개 응답사 중 75%인 51곳이 현 시평제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고 61곳은 현행 금액방식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연구원도 정부, 업계, 학계에서 제기되는 3대 시평제 개선방안(1안-폐지 후 타 입찰제로 대체, 2안-평가내용의 항목별 공시제 전환, 3안-현행 방식의 일부 개선) 가운데 1안은 시장혼선이 가중될 우려가, 2안은 부적절한 평가 가능성 탓에 각각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승복 국토연 연구위원은 “건설기업 관련 정보제공, 중소건설업 보호 등의 순기능까지 고려한 연구원 차원의 결론은 3안쪽이며 정부에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며 “다만 PQ·적심제 등 입찰제와 연계성을 강화하고 영국의 유사제도를 본따 건설공사 완공 후 평가요소를 가미하는 한편 신고절차를 간소화해 업계 부담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그 일환으로 공사실적 집계 때 세부 공종을 대폭 확대(종합건설업 기준 현 19개 공종→66개 또는 113개 공종)하고 공시항목을 보완(유동비율, 부채비율 등 경영평가 항목, 세부공종별 실적, 기술개발비, 개별 신인도 평가내용 등)할 것을 제안했다.
실적평가 때는 피드백을 통한 완공공사 품질 및 실적을 보완하고 경영평가는 전문기관 신용등급 대체방안 등도 모색할 것을 제언했다. 기술평가 요소 중에 기술능력과 무관한 퇴직공제불입금은 삭제하고 R&D금액은 실제 사용액만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기술자 경력 및 교육연수 등 질적 요소도 추가할 것을 조언했다. 신인도 평가도 우수건설업자, ISO인증 등도 삭제하는 대신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관계 등의 정책목표와 직결되는 요소를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