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우려 속 현금 수십억 묶여 유동성 악화
보증 ‘건수제한’ 걸리면 수줏길마저도 막혀
건수제한 걸린 업체는 최대 1년 헛손질할 판
#. 최근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 2건을 잇따라 수주한 A사는 계약까지 완료하고서도 울상을 짓고있다. 공사이행보증을 위한 수수료와 수십억원의 담보를 제공하면서 유동성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하도급 결재 등 현금지출 소요가 많은데, 담보가 야속하기만 하다.
#2. B사도 최저가 공사 보증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기업여건상 요구 수준의 현금 담보를 제공할 수 없는 처지라, 상당액의 담보성 수수료로 대체했다. 다행히 기간내 계약을 체결했지만 적자시공을 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들이 보증 관련 부담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낙찰률 하락으로 적자시공이 우려되는 가운데, 수수료 및 담보 등 수십억원의 현금이 묶이면서 유동성까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현금이 넉넉치 못한 중견사 입장에서 예금 담보는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업계는 보증기관 및 공사규모, 신용 등급에 따라 다르나, 보증을 위해서는 계약금액의 10% 안팎의 담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500억원 규모의 공사라면 50억원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시기 2~3건을 수주했다면 담보율이 낮아지긴 하나 100억원대의 예금이 동시다발로 묶일 수도 있다.
물론, 담보는 착공 이후 공정률에 따라 일정 부분 반환이 된다.
하지만 계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업체가 이같은 규모의 현금 담보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자금이 있다손 치더라도 최소 1~2년 이상을 묶어둘 여유가 없다.
A사 관계자는 “갈수록 박해지는 공사비에 떨어지는 낙찰률로 인해 적자시공을 면하기도 어려운데, 보증을 위한 수수료와 현금담보 부담까지 너무 가혹하다”며 “이번 설 명절 현금소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수주를 해도 울어야 할 판이다”라고 토로했다.
B사 관계자도 “한쪽에서는 건설사의 유동성위기를 지원한다며 원치도 않는 선급금을 내주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유동성을 옥죄고 있는 꼴”이라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업체라 하더라도 최저가 공사 보증으로 인한 부담을 쉽게 털어내긴 어려워 보인다.
현실적으로 건축 72%, 토목 68%라는 보증인수거부율 이상으로는 수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용등급에 따라 1~3건(보증기관에 따라 2~6건)으로 못박힌 건수 제한에 걸리면 길게는 1년간 추가 수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한꺼번에 낙찰자를 가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건설공사 29건만 봐도, 단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찰률이 보증인수거부률 미만이었다.
C사의 경우에도 이때 낙찰을 받으면서 건수 제한에 걸렸다.
서울보증보험에는 보증한도액이 설정되지 않아 건설공제조합만 이용할 수밖에 없는 터라, 당분간은 최저가 공사 입찰에서는 보증거부율 이상으로만 투찰해야 한다.
72% 미만으로 써냈다가 덜컥 낙찰통지를 받을 경우, 보증을 거부 당해 계약을 맺지 못하면 부정당업자 제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사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최저가 공사에 대해서는 당분간 수주영업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경기침체와 더불어 보증인수거부율과 건수제한이 업체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나 올해는 주요 발주자들이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발주를 자제하고 최저가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는 점에서 경쟁환경에서 도태될까 걱정이다.
그중에서도 건수제한의 경우 공사규모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며, 업계가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300억 규모의 공사 2건을 수주한 업체나 1000억원짜리 2건을 수주한 업체나, 무조건 건수제한에 발목이 잡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