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중 최고비중 정부가 세계 경기 둔화에 맞서 재정투자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쏟아붓는 ‘강수’를 택했다.
특히 국민 체감도가 높은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조기에 가시화되도록 관련 예산 집행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3일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2013년 예산배정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예산배정계획을 보면 정부는 올해 전체 세출 예산의 71.6%인 213조6000억원을 상반기에 배정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70.0%)보다 높고 최근 10년 중 최고치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 45.1%, 2분기 26.5%, 3분기 18.1%, 4분기 10.3%를 각각 배정했다. 1분기 배정률 45.1%는 2009년 43.9%, 작년 44.1%보다 높다.
하지만 재정을 상반기에 대거 투입하고도 하반기의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하면 재정지출이 줄어들면서 경기부양 여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가 이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반기에 재정투입을 집중키로 한 것은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은 “경기둔화세 지속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재정 조기집행을 추진키로 했다”며 “예산과 기금, 공공기관 등 재정의 상반기 집행목표 60%를 달성하고자 세출 예산의 약 72%를 상반기에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민체감도가 높은 사업의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도록 일자리, 서민 중산층 생활안정, SOC 사업을 상반기에 집중 배정키로 했다.
이 가운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24조원대로 불어난 SOC 예산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도로 신규 사업이 선발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해양부 소관 SOC 예산 가운데 도로 사업은 당초 8조2269억원에서 2502억원이 늘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고속도로와 국도, 국가지원지방도로, 국도대체우회도로 등 신규 도로 예산이 대폭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9건, 100억원이 추가 배정된 국도의 경우 당장 도로 분야 수주가뭄 해갈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총사업비 8000억원 규모의 별내선 등을 비롯해 춘천~속초 복선전철, 청주공항 활주로 확장, 오산역 광역환승센터 등도 철도, 항만 등 SOC 발주 물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주로 직결되는 국도와 1~2년내 착공으로 이어지는 철도 분야의 신규 예산이 잡히면서 당초 우려했던 ‘SOC 절벽’과 같은 공공물량 급감사태는 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