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기술자 10명 중 9명 안받아… 전체 8만명 이상 위법자로 내몰려
법정 의무교육을 받지 않은 위법 건설기술자가 양산되고 있다.
최초교육 시한을 넘긴 초급기술자만 올해 상반기 4700명이 넘고 중·고·특급기술자까지 합치면 적어도 8만명이 넘을 것이란 게 업계 추정이다.
9일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기술관리법령상 기술자 최초교육을 법정기한(실제 업무 수행 후 3년 이내) 내에 받지 않은 초급기술자가 4735명으로 집계됐다.
현행 건기법상 최초교육, 승급교육 등 의무교육을 기한 내에 받지 않은 기술자와 경비부담을 거부한 사업자에게는 각각 5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협회는 반기별로 3년 교육기한을 넘긴 초급기술자와 소속된 기업에 교육이수 안내공문을 동시에 보내며 올해 7~8월 보낸 공문(상반기 미이수자 및 기업)만 8000건이 넘는다.
반면 초급기술자 중 과태료 처분대상은 10명 중 9명이 넘을 정도로 심각하다. 협회가 집계한 2009년(3년 전)의 신규 등록 초급기술자(1만352명)의 절반인 5176명을 올해 상반기 중 의무교육 기한 만료자로 가정하고 공문발송 대상자와 비교하면 미이수 초급기술자 비중이 91.5%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는 물론 매년 반기별로 기한이 지나 독촉공문을 발송하는 초급기술자 수가 4000~5000명 수준이란 점이다.
협회 관계자는 “연초 기한 직전과 반기별 기한이 지난 후 기술자와 근무기업에 안내·경고공문을 각각 보내고 있지만 매반기 공문 수가 거의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자와 기업이 사실상 의도적으로 의무교육을 회피한다는 의미다.
건설교육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고·특급기술자까지 합치면 건설기술자 66만여명 중 적어도 8만명은 과태료 처분대상이며 기술인협회에 관련 통계가 있지만 공개하지 않는다”고 귀뜸했다.
그러나 법정교육 미이수 기술자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내려진 적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건설경기 장기침체 아래 구조조정 바람마저 거센 상황에서 수만 명의 기술자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이며 수십년간 방치한 사안을 뒤늦게 처분하는 데 따른 거센 반발과 혼란까지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
건설단체의 한 관계자는 “몇년 간격으로 바뀌는 공무원들로선 총대를 매기 힘들었고 그 여파로 위법 관행이 고착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기업이나 기술자 입장에서는 제재가 없는 법 조항을 지킬 유인이 없다. 최초·승급교육과 달리 입찰 때 바로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가점 교육생은 끊이지 않는 게 단적인 사례란 게 교육기관들의 지적이다.
엔지니어링사의 한 임원은 “갓 들어온 신입 초급기술자들에게 월급에 교육비까지 주며 3주씩 자리를 비우도록 허락할 건설기업은 많지 않다”며 “교육기관이 일부 대도시에만 있어 체제비까지 합쳐 1인당 150만원 이상 드는 상황에서 입찰·현장배치가 임박하지 않은 잔여 인력까지 꼬박꼬박 교육하는 기업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도산위기에 몰린 건설기업의 급박한 사정과 회사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기술자들, 그리고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대규모 행정처분을 둘러싼 정부의 고민이 맞물려 매년 수천 명의 기술자들이 위법자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