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 덤핑수주에 덩달아 적자시공 손실 '눈덩이'
내실 있는 건설회사로 알려진 A사가 지난해 부도를 맞았다.
지난 2010년 한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공사에 참여한 게 화근이었다.
당시 A사는 10%의 지분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지역 내 다른 건설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실시설계적격사가 가려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공동수주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낙찰액이 예산액 대비 6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공사가 수행되면서 손실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컨소시엄의 대표사는 A사에도 지분만큼의 손실을 떠안을 것을 요구했다.
결국 A사는 설계비 등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기는커녕 적자시공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다 끝내 부도를 맞았다.
“대표사가 덤핑투찰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예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을 텐데….” A사 영업임원의 후회는 이미 물이 엎질러진 뒤였다.
턴키 등 기술형 입찰공사의 덤핑수주가 중견ㆍ중소업체들을 부실로 몰아가고 있다.
기술형 입찰인 만큼 적정가격대에서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믿고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여했던 중견ㆍ중소업체들이 대표사의 독단적인 저가 수주에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손실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턴키공사는 실적과 경험, 설계와 관리능력을 고루 갖춘 건설사만 대표사로 나설 수 있고, 설계비 등 초기투자도 선행돼야 한다.
때문에 평균 낙찰률 또한 최저가낙찰제나 적격심사 대상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형성된다.
이런 이유로 중소업체들도 비용을 부담하면서 공동수급체 구성원으로 턴키공사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대표사 간 과당경쟁 등으로 일부 공사의 낙찰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중소업체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에는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을 다른 부분에서 채울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지만 중소업체는 10억~20억원 손실에도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설경기가 좋았을 때는 저가 수주를 결정한 대표사가 적자를 떠안기도 했다.
하지만 심각한 물량난에 실행률이 급등한 요즘 상황에서는 대형사들도 중소업체의 입장을 봐줄 수 없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4~5건 정도의 턴키공사가 예산액 대비 50~60%대의 저가에서 실시설계 적격사가 가려진다.
지분율 10~15% 정도로 건당 2~3개 중견ㆍ중소업체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고 가정해도 매년 10여개 중견ㆍ중소업체가 중상을 입거나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대표사가 투찰가격을 결정하고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원들은 영문도 모른 체 저가 수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공공공사의 실행률이 좋았을 때는 대표사가 다른 공사를 통해 손실을 보전해 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