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협약 가이드라인 확정 지연, 평가 항목ㆍ결과 공개 방식 결정 등 난제 수두룩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동반성장’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에 빠졌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데 이어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동반성장지수 등 각종 제도의 정비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물론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못한 채 막판 밀어부치기식으로 제도정비가 이뤄질 경우 동반성장의 취지마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동반성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매년 대기업의 동반성장 이행 여부에 대한 ‘실적 평가’와 중소기업의 대기업별 동반성장 추진실적에 대한 ‘체감도 평가’를 통해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삼성·GS건설 등 12개 건설사를 포함 56개 대기업이 평가대상으로 선정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협약 평가를 통해 실적을 점수로 환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정거래협약 체결식을 20여일 앞둔 지금까지 건설업계에 협약을 위한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애초 지난 18일께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지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직원들도 바뀐 상황”이라며 “이른 시일 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하는 체감도 평가 역시 구체적인 항목과 결과 공개 방식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동반성장지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주현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실장은 “세부사항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체감도 평가가 이뤄지는 7월 이내에 발표하도록 하겠다”면서 “28일로 예정된 동반성장위 4차 회의에서 평가 항목과 결과 공개 방식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동반성장 관련 제도정비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동반성장을 화두로 내건 이후 각 부처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한건주의식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동반성장지수의 경우 기존의 상생협력지수(지식경제부), 공정거래협약(공정위), 호민인덱스(기업호민관) 등 관련 지수를 통합해 만들어졌지만, 성격이 다른 실적·체감도 평가 비중을 어떻게 나눌지 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시행시기만 앞다퉈 발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초과이익공유제도 정부 내에서 조차 의견일 조율이 되지 않아 혼선만 야기한 사례로 꼽힌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혼란스럽다. 배가 산으로 가는 모습이다. 상생의 핵심은 대·중소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공정거래에 있는데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 규제로 이해된다”면서 “수십억원을 투입해 마련한 전자조달시스템 등 상생협력 성과 등을 보지 못하는 동반성장 정책의 실효성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이드라인도 없이 협약 날짜를 제안한 것부터, 체감도 평가 세부 항목을 시행 바로 직전에 공개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