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특성 고려 없이 ‘상생’순위기 매기기 급급 불가피, 업계 “중기 체감도 평가 점수로 환산 공개방식 폐지해야”
동반성장지수가 시행 전부터 ‘대기업에 대한 규제’라는 논란에 빠졌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방식에 주관적 요소가 많다는 점과 평가 결과를 공개해 기업을 서열화하는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꼽혔다.
특히 대ㆍ중소기업 간 지원 현황을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에 열린 동반성장지수 평가모델(안)에 대한 간담회 때와 큰 차이가 없다”면서 “평가항목에 산업별 특성을 반영하고, 전체 평가 결과를 공개해 기업을 서열화하는 방식 등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 마련한 지수가 오히려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동반성장지수, 간담회 때와 큰 차이없어”
위원회는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진행하는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평가’와 함께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평가한 결과를 취합해 대기업의 상생협력 노력을 지수화하는 ‘동반성장지수 기본구조’를 발표했다.
하지만 지수 기본구조는 지난달 25일 열린 간담회에서 제시된 내용과 큰 차이를 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간담회에서 논의된 ‘산업별 특성’에 대한 적용 기준은 빠진 채 56개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기업 선정과 대기업의 상생 노력을 지수화하겠다는 큰 틀만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및 대금지원 규모를 매출액 기준으로 할지, 순이익 기준으로 할지 등에 대한 세부사항조차 제시하지 못했으며, 기업 간 상생협력을 통한 지속가능경영 체계 구축이라는 대안 마련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평가하는 내용을 반영할 ‘중소기업 체감도 평가’ 설문조사에는 △CEO의 동반성장 의지 △(기업의) 청렴 수준 평가 △상호신뢰 정도 등 주관적 항목까지 점수배점에 포함됐으며, 결과를 점수로 환산해 발표하겠다는 뜻도 크게 바뀌지 않아 대기업들의 반감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 체감도 평가는 올 7~9월과 내년 초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위원회 관계자는 “동반성장지수는 오는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상생협력을) 운용한 실적으로 내년 초 평가할 계획”이라며 “3월 말까지 기업 의견을 수렴해 지수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마련하겠다. 실적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대 등 12개 평가대상 건설사, 공정거래협약 개정체결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 56개 가운데 건설사는 총 12곳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12개 건설사는 공정거래협약 개정체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가대상 건설사 모두가 공정거래협약을 다시 체결하는 만큼 건설사 간 순위가 매겨질 수 있어 서열화되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한 목소리다.
공정거래협약 이행 결과는 대내외에 공개된다.
하지만 공정위는 동반성장지수를 4월 1일부터 적용할 계획인 만큼 이날을 기준으로 공정거래협약을 신규ㆍ개정해 체결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SK건설, 롯데건설, 두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9곳은 2010년 3월 25일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한 상황이어서 4월 1일 기준으로 재협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머지 대우건설, 한화건설, 동부건설 등 3곳은 지난해 협약체결 경험을 바탕으로 재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들 3개 건설사는 지난해 6월 29일~12월 29일 사이에 협약기간이 만료됐다.
윤수현 공정위 하도급총괄과장은 “공정거래협약은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건설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정협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 좋은 점수를 받은 기업에게는 공정위 직권ㆍ서면조사면제, 공공입찰 참여 우대 등의 특혜를 부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