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최초 클라우드 시스템 적용

입찰업무 외부위임 중소사 속앓이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공조달 분야의 입찰 플랫폼을 일원화한 ‘차세대 나라장터’가 3개월 간의 시범 검증 기간을 마치고 오는 31일 완전 개통한다. 국내 공공분야 서버 중 최초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적용한 만큼 과거처럼 동시 접속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반복된 서버 다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달청은 지난 1월 시범 개통한 차세대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의 오류를 상당 부분 개선하고 오는 31일 정식 개통, 운영에 들어간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002년 도입된 나라장터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7만여개 수요기관과 67만개 조달기업이 이용하는 범정부 공공조달 플랫폼으로, 연간 200조원 이상 거래가 이뤄진다.

약 3년 간의 개발을 통해 완성된 새로운 나라장터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 기반으로 안정성과 사용자 편의를 높인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동시 접속자 수 급증해 서버에 일시적으로 과부하가 걸릴 때 자동으로 서버를 할당ㆍ분배함으로써 전체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당히 낮아졌다. 외부 해킹 공격에 대응한 보안 시스템도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차세대 나라장터의 핵심은 공공조달 플랫폼 일원화다. 28개 자체 조달시스템 가운데 법적 근거가 있는 3개(방위사업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교직원공제회)를 제외한 25개 기관이 나라장터로 이용 전환하고, 통합 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2027년까지 국가철도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자체 전자조달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들은 단계적으로 나라장터 플랫폼과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

조달청은 “지난 1월 시범 개통 당시에만 해도 하루 700여건에 달하는 오류 문의가 접수됐지만 지금은 100여건 아래로 확연히 줄었고, 접수되는 오류도 ‘안 된다’보다는 ‘불편하다’ 정도의 수준”이라며, “사용자 민원을 적극 수렴해 안정화 수준은 100%에 달한다”고 자신했다.

차세대 나라장터 전면 개통을 앞두고 건설업계는 일단 긴장한 모습이다.

중대형 건설사들은 “임시 개통 기간 300억원 이상의 대형공사 개찰이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4월 예고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수천억원대 개찰이 원활히 진행될 지 우려스럽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반면 중소건설사들은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회사 규모가 작아 외부 인력에 회사 인증서를 주고 입찰 업무를 위임했던 건설사들은 차세대 나라장터의 개인 인증 시스템이 여간 부담스러운 눈치가 아니다.

차세대 나라장터의 이용자 관리체계가 기존 기관과 업체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전환한 이유는 ‘마이페이지’ 때문이다.

‘마이페이지’란 과거 입찰 참여 이력과 현재 진행 중인 입찰에서의 행정 절차 단계를 제공하고,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관심 입찰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회사 인증서로 1개의 아이디를 발급받아 여러 입찰 업무 담당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던 체제가 이제는 종료된 셈이다.

이 경우 A사에 정규직으로 소속된 직원 B씨가 겸직으로 C사와 D사의 입찰 업무를 일괄 처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B씨는 C사와 D사의 계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건설사 대표는 “차세대 시스템에서도 편법을 사용해 입찰 브로커에게 위임하려면 할 수는 있다”라면서도, “다만, 역추적이 쉬워져 조달청이 마음만 먹는다면 입찰 브로커를 금방 색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1년에 공사 1∼2건 수주해 먹고 살던 건설사들은 공공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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