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기승을 부렸던 이달 중순, 호반건설의 공동주택 건설현장에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9월까지 기후변화 따른 사고 위험성 존재
재해예방 위한 품목 늘지만 산안비는 그대로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폭염에 전국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야외작업이 많은 특성 상 근로자들이 온열질환에 노출될 수 있고, 이는 곧 사고와 직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이달 말 장마ㆍ태풍이 지나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9월까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현장별 안전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이하 산안비)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세수를 하며 땀을 식히고 있다.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 커져

25일 기상청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낮 최고 기온 30도를 넘는 날이 10일 넘게 지속되면서 건설현장마다 비상이 걸렸다. 이달 17∼21일에는 최고 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등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다.

특히 신경을 쓰는 건설현장은 굴착, 토사 반출, 흙막이 설치 등 기초 토목공사를 진행하는 곳들이다. 비교적 공정률이 낮은 곳들로 옥외작업 비중이 상당히 커 온열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다.

수도권 내 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자는 “임대한 제빙기를 낮 시간 내내 돌려 얼음을 공급하고, 근로자들에게는 쿨토시와 아이스 조끼를 필수적으로 입히는 한편, 분말 형태의 이온음료도 계속 지급해 더위를 식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제 시작이라는 게 문제다. 기상청은 이번 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돼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가지만, 이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6월 더위가 이동성 고기압으로 인한 ‘건조한 더위’였다면, 7∼8월은 습하고 더운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고기압으로 인해 마치 습식 사우나에 있는 것과 같은 더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더위로 인한 폐해는 이미 통계로도 나와 있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는 2020년 13건, 2021년 19건, 2022년 23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산업재해 피해자도 각각 18명, 25명, 24명 등에 달했다.

그리고 산재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건설업에서 나왔다. 온열질환 산재 피해자 중 건설업 종사자가 35명(52.2%)으로 가장 많다.

 

 

한화 건설부문의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얼음을 제빙기에서 꺼내고 있다. 


/3명 이상 열사병 환자 발생 시 중처법 적용

때문에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산안비 인상을 통해 사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산안비는 보통 건설공정 효율성 제고 및 안전사고 저감을 위한 ▲안전관리자 인건비 ▲스마트 건설장비 구입비 ▲안전감시단 투입비 ▲안전시설 구매비 등으로 구성된다.

산안비 계상요율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대상액(직접재료비+간접재료비+직접노무비)의 최대 2.44%에 맞춰져 있다. 주택ㆍ도로공사의 경우 1.97%, 철도ㆍ궤도신설공사 등은 1.66% 수준이다.

문제는 실제 투입되는 산안비 대비 계상요율이 너무 낮아 건설사 자체적으로 이를 메꿔야 한다는 데 있다. 안전관리자 인건비는 차치 하고라도, 산안비로 운용이 가능한 품목을 구매ㆍ임대하다보면 산안비 계상요율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구체적으로 6∼9월엔 근로자 보호를 위해 ‘물ㆍ그늘ㆍ휴식’을 전제로 다양한 품목의 산안비가 들어간다. 이중에선 냉장고, 냉동고, 제빙기, 휴대용 에어컨 등 재해예방을 위해 임대하는 설비비용이 크다.

근로자들의 휴식을 위한 천막, 텐트 등 간이 휴게시설(설치ㆍ해체비용)과 컨테이너(임대비용) 등도 포함된다. 아이스팩, 공기순환장치 등 조끼 내부에 설치해 조끼 자체를 냉각시키는 ‘스마트’ 아이스 조끼로 포함된다.

수도권 내 다른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해 1년 내 3명 이상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거나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은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부족한 산안비는 항상 건설현장 운용비용에서 메꾸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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