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임성엽 기자]정부가 14년 만에 공공 기술형 입찰 ‘10대 건설사 공동도급 금지’ 제한 규정 완화를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 화두인 규제혁신 흐름 속, 기술형 시장 상황이 변화하면서 규정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 규정 완화를 두고 10대 건설사를 제외한 중견건설사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면서 계획대로 규정 자체가 완화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27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조달청 지침에 마련된 ‘10대 건설사 간 기술형 입찰 공동도급 금지조항’은 국무조정실의 규제혁신 과제로 등록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대 건설사 공동도급 금지’ 규제는 국조실 규제혁신 리스트에 포함됐다”며 “국조실에서 완화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선안은 10대 건설사 간 두 곳까지 컨소시엄 구성을 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례로 10대 건설사 중 A 컨소시엄이 시평순위 1위와 3위, 나머지 건설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경쟁 B 컨소시엄도 시평액 10위 이내 건설사 두 곳과 나머지 건설사로 팀을 꾸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컨소시엄에 기술력이 편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10대 건설사 공동 수급 제한은 2000년대 중반, 공공건설시장에서 10대 건설사가 한 팀으로 뭉쳐 수주를 독식하면서 2008년 제도화됐다”며 “10대 건설사 3곳이 컨소시엄을 꾸리게 되면 실적이나 기술력 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만, 두 개 건설사로 규정을 완화한다면 수주 독식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조달청은 지난 2008년부터 일괄ㆍ대안ㆍ기술제안 입찰 등 기술형 입찰에서 상위 10대 대형건설사 간 공동도급 제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근거는 조달청 지침인 공사입찰특별유의서를 통해서다.

특히 조달청 입장에선 ‘상위 10대 건설사 간 기술형 입찰 공동도급 제한’ 규정은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아닌, 지침에 마련돼 있어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재 국무조정실은 연중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 추진단의 해당규제 필요성과 타당성, 대안을 검토하는 등 논의과정을 거친다. 논의 결과에 따라 조달청 지짐에 마련된 ‘상위 10대 건설사 간 기술형 입찰 공동도급 제한’ 규제는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10대 건설사 기술형 입찰 공동도급 금지 규정을 풀기로 한 이유는 제한 후 14년이 지나면서 기술형 입찰 시장 상황 자체가 변화했다는 10대 건설사의 논리를 일부 수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기술형 입찰 담당자는 “10대 건설사 간 컨소시엄 구성을 금지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게 합리적”이라며 “당장 10대 건설사 중 기술형 입찰 대표주관 참여를 중단한 건설사도 3곳이나 있는데다 기술형 시장에서 대형건설사 프리미엄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견건설사가 10대 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게 이변이 아닐 정도로 중견건설사가 막강한 기술력과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미 시공능력평가액 1위 삼성물산과 7위 현대엔지니어링, 10위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술형 입찰 시장에 대표사론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단 규정 완화가 계획대로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10대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중견 건설사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비롯한 유례없는 건설업황 악화 속에서 규정 자체가 완화하면, 우량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울타리가 사라진다는 게 중견건설업계의 논리다.

현재 중견건설사들의 기술형 시장 역량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10대 건설사 공동도급 금지’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10대 건설사 간 공동도급을 금지하면서 중견건설사도 기술형 시장 경험을 쌓을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토대로 시공경험과 실적을 축적하면서 기술형 입찰에서 대표주관으로도 승리할 수 있는 체력을 길렀다는 설명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대형건설사와 달리, 기술형 입찰에 주력 중인 중견건설사 입장에선 제도가 완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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