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최지희 기자] 내년 10월까지 적용되는 전국 레미콘 가격 협상이 일단락됐다. 수도권 4.7% 인상을 시작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이 4%대 인상률안에 협의점을 찾은 가운데 건설노조의 입김이 센 지역에서는 10%대 인상률까지 나왔다. 올해 협상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점은 레미콘 업계의 ‘공급중단’ 카드가 협상 시작도 전에 일괄적으로 제시됐었다는 점이다.

28일 건설ㆍ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11월부터 내년까지 1년간 적용될 전국 권역별 레미콘 단가 협상이 가격 동결로 예상되는 지역 2곳을 제외하고 모두 완료됐다.

협상 결과는 △수도권 7만1000원(4.7% 인상ㆍ이하 ㎥당) △부산권(김해·양산) 7만8100원(2.2%) △울산 7만5100원(4.7%) △세종 6만2800원(6.9%) △청주 6만600원(5.8%) △천안·아산 6만4800원(7.1%) △대구 7만2100원(10.3%·내년부터 협상지역 제외) △광주 7만1600원(4.6%) △여수 7만4100원(4.0%) 등이다.

예년에 비해 올해 인상폭은 상당히 높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2% 인상에서 접점을 찾았던 수도권도 2배나 올랐다. 특히 공급중단을 실제 실행하며 건설사들을 압박한 대구권은 10% 이상 인상을 획득함과 동시에 내년부터 협상 지역에서 빠져나갔다. 앞으로는 현장별로 레미콘 가격을 정한다.

사실 건설사 입장에서 대구는 올해 최악의 협상 지역으로 꼽혔다. 레미콘사들의 일방적인 공급 중단으로 일부 현장은 한 달 가까이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구 사태 이후 다른 권역에서도 공급중단이 협상카드로 작용했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측은 “올해 협상에서 가장 특징적이었던 부분은 레미콘 업계가 공급중단 카드를 협상 시작 전부터 제시한 것”이라며, “특정 날짜를 지정한 후 가격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니 공정 진행이 최우선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했다”고 털어놨다.

한 중견사 자재구매담당자는 “인상폭이 너무 커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 많았지만 공정중단보다는 낫다는 판단 아래 건자회 측에 협상을 진행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건설사 대부분 대구와 같은 최악의 사례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레미콘 업계의 불만도 상당하다.

건설노조에 의한 강제 단체협약 체결로 운반비 외에 각종 제반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주 52시간제 적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 골재가격 인상 등 원가 상승 부분을 고려하면 경영적자를 면하기 빠듯하다는 설명이다.

경남권 레미콘업계 대표는 “올해 시멘트 등 원가 인상분과 용차 등 운반비 인상 등의 문제로 지역 중소 레미콘사들은 이미 작년부터 5억~10억원 상당의 적자가 발생해 현재 공장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내년 5월 다시 건설노조가 10%대의 운반비 인상을 요구할 텐데 건자회와 재협상 시점인 10월까지 지역 레미콘 업계는 5개월간 손실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내년 협상은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 종합건자재유통사 대표는 “유연탄 가격 인상으로 시멘트 가격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골재 수급 상황이 상당히 불안하다. 내년 시멘트ㆍ레미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경우 가격협상은 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양측이 적절한 중재안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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