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숙원사업 종합심사낙찰제 ‘동점자 처리기준’ 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 이 기준 개선을 공언했음에도 불구, 연내 통과조차도 물 건너갈 전망이어서 입찰제도 개선과 관련한 정부 신뢰도에 흠집을 남기게 됐다.
14일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종합심사낙찰제 동점자처리기준 개정은 3분기는 물론 연내에도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종심제 ‘동점자 처리기준 개정’이 기존 목표시기와 달리 지연되는 이유는 적정임금제도가 본격화된 탓이다.
이 관계자는 “적정임금제도가 시행되면서 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주려면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낙찰률 상승장치가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에서 여기에 더해 기본적인 낙찰률 상승이 수반되는 동점자 처리기준까지 개정되면 과도한 예산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정부는 적정임금제 시범사업을 노무비 비경쟁 부분, 경쟁 부분 두 갈래로 나눠 진행했다. 비경쟁은 노무비를 정부에서 직접 100% 먼저 지급하고서 시공사가 정산하는 구조다. 경쟁방식은 단가심사를 완화해 기준 단가 대비 3~4% 수준으로 금액을 올려서 투찰하는 방식이다.
종합하면, 동점자 처리기준 개정을 통해 낙찰률 2~3%의 상승효과가 예상되는데, 적정임금제 보장을 위한 단가심사 완화까지 함께 추진할 경우 공사비가 매우 증가할 것이란 우려다.
이미 정부는 적정임금제 시행에 따른 건설업계의 인건비 부담을 종심제 동점자 처리기준 개정을 통해 보전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하반기 진행될 10여 건의 적정임금제 시범사업에 한정한다. 동점자 처리기준을 ‘입찰금액이 낮은 자’에서 ‘균형가격에 근접한 자’로 변경할 경우 관련 시범사업 등을 통해 최소 2%에서 3%대의 낙찰률 상승효과를 입증했으니, 이 낙찰률 상승분으로 적정임금을 보장하라는 게 골자다.
이러한 논리로 종심제 동점자 처리기준 개정이 올해를 넘기게 된다면, 정부는 관련 정책 개선 약속을 세 차례나 무시한 것이 된다.
앞서 기재부는 동점자 처리기준을 2019년 중 개정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선 작업은 2021년 상반기로 지연됐다. 이후 상반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작업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종심제 실무 집행기관인 조달청이 추진 중인 동점자 처리기준 개정 데드라인은 3분기다.
업계에선 적정임금제 도입에 따른 공사비 확보와 동점자 처리기준 개선 작업은 개정의 목적이 다름에도 불구, 표면적인 낙찰률 상승만을 원인으로 기준 개정이 지연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정부가 판단하지 말고 수차례 공언한 대로 제도가 우선 시행돼야 한다”며 “수십 개 건설사가 각자 전략을 세워 수주를 위해 투찰에 나서는 이상 낙찰률은 급증할 수 없고 시장의 적정선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건설업계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합건설사가 수익성에만 집중하면 공공입찰을 볼 필요가 없고 모두 민간 아파트, 분양사업만 하면 된다”며 “그럼에도, 공공조직을 운영하고 공공사업을 유지하는 이유는 종합건설업의 생존을 위함이다. 건설사가 1% 수익을 남기는 것조차 정부가 우려한다는 것은 고사 직전인 공공건설업계의 현실 파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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