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체크 후 정산하기 어려워
상당수 건설사 보증수수료 더 내
하도급대금 지급 차질 부작용도
건설기계대여대금 보증이 개별 보증에서 현장별 보증으로 전환되면서 건설현장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정산 등 처리절차에 애매한 부분이 있어 기성금 지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기계대여대금 보증은 지난해 6월부터 개별보증에서 현장별 보증으로 전환됐다.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건설기계별로 대여대금 지급보증에 가입해야 했는데 이후 건설현장별 보증으로 바뀐 것이다.
건설기계를 임대하는 과정에서 대여대금보증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대여대금 체불 등의 문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자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 공사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업종별 기계 투입비율을 산정해 일괄적으로 대여대금보증에 가입하도록 한 것이다.
일례로 종합건설업 토목의 기계투입비율은 공사금액의 13.5%며, 전문건설업 토공은 20%의 기계투입비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 비율이 실제 기계투입량과 다를 수밖에 없어 추후 정산이 필요하다. 보증금액 이하로 건설기계를 임대했을 때는 정산을 통해 보증수수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작업이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사정에 따라 당초 계획에 없던 건설기계를 짧게 짧게 임대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일일이 체크해 정산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주52시간제 확대로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증수수료 정산에 매달리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건설사가 사실상 보증수수료를 더 내고 있는 실정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보증요율이 넉넉하게 설정돼 있어서 실제 임대하는 건설기계와 비교해 수수료를 더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정산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돈만 더 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산에 들어가더라도 비용 처리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여대금 보증은 건설기계를 임대하는 건설사가 가입해야 하는데 하도급사가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원청사는 보증수수료를 정해진 업종별 기계투입비율대로 하도급비용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사후 정산을 통해 보증수수료를 환급받게 될 때 환급금이 하도급사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원청으로 가야 하는지가 애매하다.
보증 가입 주체가 하도급사이기 때문에 하도급사가 보증수수료를 환급받는 구조이지만 원청 입장에서는 주지 않아도 되는 보증수수료를 지급하는 형태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하도급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현장별 보증 도입 이후 하도급 기성을 함부로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바로 기성을 주지 않고, 실제 하도급사에게 건설기계를 어느 정도 빌렸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 다음 기성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일부 부작용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장별 보증제도 자체는 기존 개별보증보다 보증서 발급 등에서 편리해 제대로 정착되면 건설현장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보증서를 발급하는 건설관련 공제조합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시행됐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정산 케이스가 아직 많은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건설산업기본법에 준공 시점에 정산을 통해 남은 수수료는 하도급자가 원사업자에게 돌려주도록 돼 있어 정산 관련 분쟁 소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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