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지수ㆍ상호협력평가 등 재무적 지원에만 초점 맞춘 건 문제”   “간담회 개최 이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동반성장 전략은 지속적으로 해오던 것이었잖아요. 하지만 동반성장을 위한 간담회가 (건설업계의) 피부에 와닫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 A사 C부장(종합건설) “정부가 하도급법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종합건설사와의 ‘신뢰’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돈을 제때 주는 것도 신뢰일 수 있지만, 사업의 지속성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현재 원사업자의 어려움을 협력사가 이해하지 못하고, 협력사의 어려움을 원사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상생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 B사 D이사(전문건설) ‘경제검찰’로 불려온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상위 10대 건설사 CEO를 소집, 동반성장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정책 방향과 건설업계의 동반성장 추진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건설산업의 상생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금지원 및 하도급법 강화에 앞서 원사업자와 협력사 간 ‘신뢰’로 다져진 상호협력 문화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주최로 열린 건설사 CEO 간담회는 최근 2년 내 처음이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동반성장 논의를 지속해온 상황이어서 재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펀드조성, 기술개발 지원 등도 필요하지만 유통ㆍ제조업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하도급법 위반 제재 강화 초점 공정위는 건설업계의 동반성장 핵심을 ‘재무적 지원’에 맞췄다. 실제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이번 건설업계 CEO와의 간담회에서 “거래질서를 무시하고 상습적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과징금 가중, 명단 공표, 입찰참가제한 등 제재 수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공정위원장은 또 현금결제를 기피하는 건설사에 대해 “대금 결제를 늦추거나 현금 결제를 피하는 것은 당장 어려움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깨뜨려 중요한 파트너를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이날 ‘제재강화’, ‘과징금 부과’, ‘보완책 마련’ 등을 자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 제시된 주요 정책방향은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제도 개선 △구두발주 근절을 위한 하도급계약 추정제 실태 파악 및 보완책 마련 △하도급법 상습위반업체 및 입찰담합 기업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등 3대 항목이 꼽혔다. 공정위는 이번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달부터 중소건설사(중소기업) 방문 및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게 진정한 ‘상생’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어려울 때 서로 도울 수 있어야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상생ㆍ나눔 등 업계 간 소통을 강조한 동반성장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해온 동반성장 대책이 ‘하도급 대금 지급’ 등 재무적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공정위 간담회에서도 제기된 3대 항목 모두 재무적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달 말 발표될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의 동반성장지수도 △금융지원 △대금지급조건 개선 △결제수단 개선 △표준하도급계약서 도입 여부 등 공정거래협약 충실도와 △하도급법 위반 △원사업자 임직원의 사회적 물의 등이 주요 평가항목으로 내정됐다. 국토해양부는 올해부터 ‘건설업자간 상호협력평가제도’ 평가항목에서 협력사와의 신뢰를 평가하는 부분을 삭제했다. 이전까지 시공평가 우수업체(협력사)에 대한 하도급 실적 비중 증가율과 협력관계의 안정성 등에 가점이 있었지만, 지난해 1월 제도를 개정ㆍ고시하면서 이를 삭제하고 하도급대금 및 지급시기 등의 적정성 등을 신설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장기간 거래관계에서 쌓인 신뢰보다 하도급 대금 지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쉬움이 있다”면서 “상생협의체를 운용하더라도 오래된 인연을 가진 원사업자ㆍ협력사가 더욱 끈끈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10년, 20년간 동고동락해온 협력사와는 서로 처지와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술개발, 해외동반진출도 협력사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도 “하도급법 준수 등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공사를 발주하고, 원사업자는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아 협력사를 선정하다 보면 업체 간 경쟁만 과열될 수 있다. 정부의 제도개선 방향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